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계신가요? 수술 전 ‘음성 검사’가 필요한 이유

혹시 갑상선 수술 전 음성검사를 예약하셨나요?

낯선 검사 이름에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또 내가 수술할 갑상선이 아닌 목소리를 검사한다니 의문이 생기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당 병원에 문의하시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겠지만, 그 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깁니다.

갑상선 수술 전 음성 검사, 그게 뭔가요?

갑상선 수술을 결정하고 나면 수술 전에 받아야 하는 검사 목록을 안내 받으시게 되는데, 그 목록에 ‘음성검사’라는 다소 낯선 이름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음성검사란 말 그대로 ‘음성'(목소리)과, 목소리를 만드는 기관인 ‘성대’의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병원마다 시행하는 세부 항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은 카메라로 성대를 직접 관찰하는 후두 내시경 검사와 목소리 자체를 분석하는 음향학적 검사(발성 검사) 등으로 구성됩니다.

(1)

후두 내시경 검사의 목적은 성대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상이 있는지, 좌우측 성대가 대칭적으로 잘 움직이는지를 직접 보는 것입니다.

(2)

음향학적 검사의 목적은 성대에서 만들어진 목소리 자체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의 대략적인 성별이나 나이를 짐작하고, 친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컨디션이 어떤지 감기에 걸렸는 지를 알아채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가 감각적으로만 느끼는 목소리를, 소리의 높낮이-크기-규칙성 등의 수치로 객관화해서 기록하는 것이 이 검사입니다. 내 성별이나 연령에 비추어볼 때 목소리가 일반적인 범주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있는 지를 수치를 통해 확인하고, 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의 범위가 충분히 넓은 지를 확인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지요.

병원마다 의료진이 검사 전에 주요하게 보는 부분과 갖추고 있는 장비 등에 따라 검사 구성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1) 성대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와 (2) 목소리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하는 검사만큼은 핵심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목소리에 문제가 없는데, 원래 제 목소리랑 똑같은데, 이 검사가 왜 필요한가요?

목이 아프거나 목소리가 갑자기 변해서 병원에 가신 거라면 이런 검사를 받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지실텐데, 갑상선 수술 전에 음성검사를 처방받으면 환자분 입장에서는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이유를 알려면 먼저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조금 이해하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리 몸은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성대를 움직여 목소리를 낼 때도 뇌에서 명령을 내리고 이 명령이 신경을 통해 성대까지 전달됩니다. 그런데 이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반회후두신경)의 일부 구간이 갑상선과 매우 가까운 곳을 지나갑니다. 그래서 갑상선 질환이나 수술이 이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신경에 영향이 가면 성대 기능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지요.

성대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목소리가 변하거나 말할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음식을 삼키기가 어렵거나 (특히 액체류를 삼킬 때) 사레가 잦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성대의 중요한 다른 역할 중 하나가, 음식을 삼킬 때 기도로 잘못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갑상선 수술 전이나 후에 목소리가 변했다면, 무조건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요?”

갑상선 수술 전후의 목소리 변화가 꼭 신경 문제 때문에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갑상선 주변에는 성대가 들어있는 후두의 위치를 잡아주고, 목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도록 돕는 근육(흔히 ‘피대근’이라 부릅니다)이 있는데 이 부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해당 근육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둔해지면, 신경에 전혀 문제가 없어도 목소리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신경성’ 음성 변화는 보통 수술 1개월 즈음 가장 두드러졌다가 서서히 좋아져, 대부분 6~12개월 안에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환자분들의 경우, 검사 과정에서 갑상선 질환과 무관하게 인후두 역류나 성대 결절처럼 성대 자체의 문제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술 전 내시경 검사는 목소리 변화가 갑상선 질환 탓인지, 원래 있던 성대 자체의 문제인지를 미리 가려내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그럼 수술 후 증상이 생기면 그 때 검사 받으면 안되나요? 왜 갑상선 수술 전 음성검사를 받나요?

충분히 궁금하실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상선 수술 후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 대부분은 장시간 수술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하루 이틀이 지나면 자연히 나아집니다. 그래서 수술 직후에 단기적으로만 목소리 문제가 있었다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혹은 가족들과만 걱정하기보다는 의료진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시면 자세하게 안내해주실 것입니다.)

다만 자연적인 회복이 조금 더 걸려서 1개월에서 6개월 정도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자연 회복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아 오랜 기간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는, 수술 전에는 목소리나 음식물을 삼킬 때 아무 불편이 없었던 분들도 영구적인 문제를 겪게 될 수 있고요.

그래서 갑상선 수술 전 음성검사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수술 후 성대 기능에 변화가 생겼을 때 이것이

(1) 곧 회복될 일시적 변화인지

(2) 시간을 두고 자연회복을 기다려 볼 문제인지

(3) 바로 재활을 위한 음성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구분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판단을 하려면 수술 전 상태와 수술 후 상태를 나란히 비교할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수술 전에 미리 시행한 음성 검사의 결과입니다. 수술 후 환자가 경험할 수 있는 불편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에 대응하자는 것이지요.

우선은 자연 회복을 기다려보면 안되나요?

갑상선 수술 전 음성검사

자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기간으로, 가장 활발할 회복이 일어나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증상이 경미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이 거의 없다면 회복세를 관찰하며 기다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만약 음성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라면, 이 초기 기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재활 훈련의 효과 또한 문제가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이 초기 기간에 가장 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최대한 기다려보고 안 되면 그 때 치료 받자”고만 생각한다면, 가장 드라마틱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는 수술 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자연 회복을 기다린 뒤에야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갑상선 수술 전 음성 검사를 기본 절차에 포함서 회복이 더딘 환자를 조기에 가려내는 방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필요한 치료를 더 빠른 시점에 받고,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참고로, 국내 진료 지침에서는

국내 갑상선학회의 진료 권고안에서도 갑상선수질암처럼 신경 침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정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 전 성대 운동성을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모든 갑상선 질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권고는 아니지만, 해외 학회의 임상진료지침과 마찬가지로 신경과 가까운 위치의 수술일수록 수술 전 성대 상태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수술 이후의 목소리까지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만, 그냥 지나치실 부분도 아닙니다.

현재는 목소리에 특별한 불편함이 없으시더라도, 갑상선 수술 전 음성 검사는 나중에 내가 불편함이 생겼을 때 비교해 재활의 토대를 잡을, 소중한 기준을 남겨두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궁금하셨던 부분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셨길 바라며, 수술과 회복 과정을 잘 지나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한 저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About 페이지를 참고 부탁드립니다)